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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2-05-11 22:38
세어 보는 행동을 해요
 글쓴이 : 임미령
조회 : 1,786  
< 세어보는 행동을 해요 >
 
조영미, 출처: 새로 쓰는 육아 이야기 베이비 트리  2012. 02. 29
  
3년 1개월

냉장고에서 계란 통을 꺼내 놓고는 계란 세 개를 센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실제 계란의 개수와 아이가 헤아린 개수는 다르다. 그런데 엄마가 곁에서 아이의 행동을 보기에, 아이는 ‘계란이 몇 개인가’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알고 있는 수사로 세어보는 행위에 관심이 있는 것 같다.

‘하나’의 경우, 세어보는 행동이 완성되기 이전에 아이는 안다. ‘둘’ 역시 세어 보지 않고 안다. 물론 하나 아닌 여러 개가 있는 것을 두고 ‘둘’이라고도 하고, 정작 ‘둘’인 것을 ‘셋’이라고 말하기도 해, 아이가 정말로 둘을 아는 것일까 의문도 든다. 하지만 어찌되었든지 간에 둘을 점점 알아가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둘은 세어보는 행동과 별로 연관이 없다.

아이들은 모방을 통해 배운다. 어린 아이일수록 온몸이 열려 있어 온몸으로 주변의 온갖 것들을 모방한다고 한다. 세는 행동 역시 주변에서 접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나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은 해님이 나이인 4살부터 7살 아이들이 한 공간에서 가족처럼 생활하기 때문에 형이나 누나들이 뭔가를 세는 것을 자주 접했을 것이다.

3년 2개월 

8개짜리 통을 들고 와서는 해님이가 묻는다.
"이거 몇 개야?"
대답 대신 엄마는 되묻는다.
"몇 갤까?"
엄마의 질문에 해님이가 스스로 세려고 한다. ‘과연 셀 수 있을까?’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본다.
첫 번째 것을 손가락으로 짚으며 ‘하나’, 두 번째 것을 손가락으로 짚으며 ‘둘’, 세 번째 것을 손가락으로 짚으며 ‘셋’. 여기까지의 행동을 보니, 한 사물에 오로지 한 수사만을 대응시킬 줄 안다. 그런데 이어지는 해님이가 하는 말,
"여섯 개야".
그리고는 세는 것을 그만 둔다. 열심히 쳐다보고 있던 엄마와 아빠는 허탈하게 웃는다.


몇 개인지를 알려면 세어야 한다는 것을, 이제 아이가 안다. 그런데 ‘세어야 한다’는 것을 아는 것과 실지로 제대로 셀 수 있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이다. 아이가 실지로 제대로 셀 수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 혼란, 미숙한 모습, 그것을 벗어나는 연습이 필요한지 모른다.

성인이 된 부모들 입장에서는 자연수 세기가 식은 죽 먹기처럼 쉽다. 그래서 아이들이 수 세기 과정에서 나타내는 시행착오나 혼란을 가만히 보고만 있기가 쉽지 않다. 틀린 것을 지적해 바로 잡아주고 제대로 된 것을 바로바로 전달해 주고 싶은 욕구가 절로 막 생긴다.

하지만 어른도 마찬가지이지만, ‘아이는 늘 온전하다’라는 신념을 가지고 대하게 되면, 시행착오나 혼란 등의 미숙한 모습이, 잘못된 것 또는 틀린 것이 아니라 그 시기에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른다. 아이의 미숙한 모습들을, 다른 방식의 온전함으로 보고 함께 누릴 수 있는 여유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3년 4개월

caaa.png가을이 깊어가는 날, 감으로 곶감을 만들어야 한다는 꽃님이의 성화에 공주시내 산성시장으로 향한다. 저녁때라서 그런지 장날인데도 시장은 그리 붐비지 않는다. 작은 트럭에서 파는 감을 삼천 원어치 산다. 꽃님이가 그렇게 소원하던 삼천 원짜리 빨간 댕기도 마저 사서 집으로 돌아온다.
집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해님이가
"엄마, 우리 듬뿍 쏟아보자. 감이 몇 개나 되나 보게"
라고 말하면서 거실에 감을 쏟는다. 말릴 겨를도 없었다. 스물 여개의 감들이 탱탱탱탱….
해님이가 여기저기 흩어진 감들을 센다. 세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센 것보다 안 센 것이 훨씬 많고, 센 것도 정확하게 짚어 가면서 센 것도 아니다. 그러고 나서는
"일곱 개네"
라고 말한다.
 
수를 세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아이들의 흔한 모습을 몇 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다. 먼저 한 사물에 한 수사만을 대응시키지 않는 것이다. 둘째, 때로는 모두 세지 않기도 하며 때로는 더 많이 세기도 한다. 정말 내키는 대로 센다. 다음 사례들이 대표적이다.

3년 8개월
 
해님이가 종이블록으로 이것저것을 만들면서 종이블록을 헤아린다.
"하나, 둘, …, 열, 열하나, 열둘"
그런데, 수사를 읊을 뿐, 사물과 하나하나 대응이 되지 않는다.
 
3년 9개월
 
유치원 입학식 자리에서 어른들과 아이들이 원형으로 빙 둘러 앉았다. 자기 자리에 앉아 있던 해님이가 손을 뻗어 손가락으로 사람들을 가리키면서 큰소리로 센다.
"하나, 둘, 넷, …, 열둘"
역시 수말과 손가락이 정확히 대응되지는 앉는다.
 
또다른 모습으로, 셋째, 세면서 마지막으로 말한 수사가 개수라는 것을 몰라, 아무 수나 대면서 ‘몇 개’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하나둘셋넷까지 세고서, ‘몇 개’인지를 물으면, 네 개가 아닌 엉뚱한 수를 말하는 것이다(위의 두 번째 사례). 넷째, 수사가 순서대로 등장하지 않고 순서가 뒤섞여서 나온다. 다음 사례는 아이들이 가장 빈번하게 접하는 하나둘셋 등에서 그러한 모습을 벗어난 장면이다.

3년 8개월 
 
해님이가 놀잇감 세 개로 놀고 있길래 엄마가 일부러 물어 본다.
"모두 몇 개야? "
돌아온 답은,
'두 개'.
엄마가 하나를 짚으면서 몇 개냐고 물었다.
"하나"
또 하나를 짚으면서 몇 개냐고 물었다.
"둘"
또 하나를 짚으면서 몇 개냐고 물었다.
"셋".
엄마가 다시 "그럼 모두 몇 개야?"라고 물었다.
해님이 왈, "세 개".
 
해님이는 즉시 자기 놀이를 한다. 해님이의 반응으로 보아서는, 끝에 말한 숫자로 개수를 말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으며, 수의 순서 또한 정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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