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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2-04-30 22:15
[프레시안] '대운하 반대' 앞장서다 사찰당해…그러나 '한강은 흐른다' / 이기영
 글쓴이 :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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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운하 반대' 앞장서다 사찰당해…그러나 '한강은 흐른다'

이기영 초록교육연대 상임대표·호서대 교수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10120408174252 
 
선거철인 요즘 연평도 포격으로 덮어졌던 사찰 공방이 다시 뜨겁게 되살아났다. 몇 년 전 '대운하 반대'에 앞장섰다가 사찰 공포 속에 살았던 기억이 되살아난다. 심각한 우울증 속에 살았던 다시는 떠올리기 싫은 끔찍했던 기억이지만, 이런 불행한 일들이 이 땅에서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조국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이 글을 쓴다.
▲ 4대강 사업 공사 현장 ⓒ프레시안(최형락)

난 MB정부가 들어서기 전부터 '대운하 반대운동'에 나섰다가 2010년 사찰 의혹이 불거져 중단되기까지 2년여 동안을 끔찍한 사찰 공포 속에 살아야 했고 이는 거의 생지옥 수준이었다. 인터넷에서는 관변단체들이 뿌린 것으로 보이는 '대운하 반대교수 블랙리스트'가 떠돌아다녔고, 조직적으로 악용된다는 흔적이 여기저기서 보였다. 결국 연구비가 죄다 끊기고 대학원생도 못 받자 난 연구실 문을 닫아야 했다. 게다가 KBS나 교통방송에서 3~4년 동안이나 지속해왔던 '건강과 환경' 관련 방송도 중단돼, 입을 닫고 살아야 하는 식물인간 신세가 되었다.

사찰(査察)이란 무엇인가? 사전을 펴 보니 '조사하여 살피는 일'이다. 물론 비리를 감사하거나 범인으로 여겨지는 피의자를 조사한다면 그건 합법적인 일이다. 그러나 의견이 다른 사람의 약점을 캐 악용하기 위해 몰래 미행하거나 도청한다면 이는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자 유신 시절에나 있을법한 엄청난 범죄이다.

2007년 MB가 선거공약으로 '한반도 대운하'를 주장하자, 난 대한민국의 강이 수도권 한강처럼 죄다 파괴될까 봐 잠을 못 자고 걱정되었다. 그래서 어린 시절의 아름다웠던 한강의 모습과 개발로 파괴된 한강의 모습을 비교하는 '대운하 반대' 칼럼을 일간지에 지속적으로 발표하였다. 그러다 함께 환경문화운동을 해오던 오세영 시인의 '한강은 흐른다' 시를 주제곡으로 만들어 직접 작사·작곡한 10여 곡을 담은 '한강 음반'을 완성했다. 마침 '대운하 반대 교수모임'이 만들어져 거사일(노래 발표일)이 다가왔다. 난 선언문 낭독 전 오프닝으로 직접 통기타를 치면서 '한강은 흐른다' 노래를 하며, '대운하 반대' 음반을 발표했고, 이는 MBC <뉴스데스크>에도 나갔다.

그날 이후, 인근 경찰서 정보과장이라는 사람이 텃밭에 대한 문의를 한다고 수차례 전화를 걸더니 드디어는 학교 연구실까지 방문했다. 그는 대운하 이야기는 한마디도 안 하고, 전공과 관련된 식물재배에 대해서만 묻고 갔다. 하지만 그의 방문 자체가 내겐 엄청난 두려움이었다. 그가 다년간 뒤, 난 휴대폰을 사용할 때마다 말을 조심해야 했고 이메일도 믿을 수 없어 공중전화를 주로 사용했다. 진보언론매체에 의해 사찰 의혹이 제기되면서 대포폰 문제가 거론되었고 휴대전화 상시도청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기사를 보았기 때문이다. 또한 누가 미행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난 습관적으로 뒤를 돌아보는 버릇이 생겨 결국 우울증에 걸렸다. 이 때문에 강의도 제대로 할 수 없게 되자 학생들도 힘들어해 학교를 그만둘 생각까지 수없이 해보았다. 한 공중파 TV 방송에서 '한강은 흐른다' 노래를 캠페인 주제가로 쓰려 상담해 왔지만, 블랙리스트 때문인지 결국 나중에 이 정부가 끝난 뒤에나 가능할 것 같다면서 유보하였다.

MB정부는 초기 촛불시위에 부딪히자 공공연하게 사찰 정국을 만들어 공포를 주면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대운하 사업'들을 일방적으로 강행하였다. 국민적 반대에 부딪히자 결국 포기를 선언했지만, 대신 낮은 보로 만든다며 '4대강 살리기'란 이름으로 명칭을 바꿔 공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당시 알던, 보의 설계를 수행하던 한 건설연구소 연구원으로부터 보를 높이라는 상부 명령에 이의를 제기했던 팀장이 쫓겨났다는 소식이 들렸다. 결국 건설과는 전혀 관계없는 사람으로 바뀌면서 보 높이가 몇 달 사이에 2~3미터에서 4~5미터로 수정되었다가 도로 대운하 수준의 7~8미터로 강제로 높여놨다. 환경영향평가도 다 졸속으로 이루어지거나 불법으로 생략되고 그야말로 전광석화처럼 진행되었다.

이후 우리 민족의 역사가 태어나고 문화가 쌓이면서 수만 년 생명을 담고 흘러온 대한민국의 자연의 강들은 이렇게 건설회사와 정치인들의 제물이 되면서 역사 속에서 사라져버렸다. 억겁의 세월을 흘러오던 강물이 멈추자 강을 오르내리며 살던 물고기들도 다 죽어갔다. 이제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강들은 생태계가 인공적으로 바뀌어 서울의 한강처럼 흐름이 멈추자 여울과 모래섬이 사라진 콘크리트 저수조가 돼버렸다.

한강 하류 행주나루란 어촌에서 태어난 나는 예전의 아름다웠던 한강의 모습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다. 한강 가엔 아름다운 바위절벽인 돌방구지가 있었고 물 반 모래 반일 정도로 모래섬이 곳곳에서 강을 가르고 있었다. 강가도 모래로 덮여 있어 모래무지가 사철 잡혀 아이들의 털래기 감이 되었다. 특히 아버지와 강 하류 방말섬에 배를 타고 가 조개를 잡던 기억은 아직도 무인도의 동화적인 신비스런 추억으로 남아 있다.

그런데 1989년 독일 유학을 마치고 오니 강의 흐름이 멈춰 있었다. 방말섬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대신 신곡수중보가 생긴 것이다. 그런데 강변도로와 수로를 건설하면서 아름다운 낙건정이 있는 돌방구지를 폭파시켜 버렸다. 보가 생겨 물의 흐름이 멈추자 강폭은 매우 넓어졌고 수질이 나빠지면서 철 따라 바다에서 산란하러 올라오던 황복이나 웅어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다. 대신 저수지에서나 사는 메기나 붕어 같은 텃물고기로 채워졌다. 이제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큰 강들은 죄다 이렇게 수만 년 흐름이 강제로 흐름이 멈춰지면서 생태계 파괴로 자연의 모습을 빼앗긴 채 완전히 변해 버렸다. 이런 대규모 국토 파괴 사업의 이름이 '4대강 살리기'라니 기막힐 뿐이다.

그러나 '대통령 하야'까지 거론되었던 MB정부의 사찰 의혹은 연평도 포격사건이 터지면서 47명의 희생자를 낸 천안함 의혹과 함께 마술처럼 덮어졌고, 이후 사찰도 중단된 듯이 평온해졌다. 당시 포격이 터지기 며칠 전 남북이 비밀 접촉을 했다는 뉴스가 조그맣게 눈에 띄었었다. 그러나 이제 '한강은 흐른다' 노래는 <한국가곡 100곡 집>에 실렸고 중학교 2학년 음악 교과서에도 실려 지금은 사라진 한강의 자연스러웠던 옛 모습을 노래하고 있다. 이젠 진실을 왜곡하고 스스로 권력이 돼버린 보수 언론들과 짜고 거짓말로 국민을 속여 온 몰카 수준의 저급하고 부도덕한 정부가 다시는 이 땅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최후의 일격을 가해야 한다.